[SP데일리=신민규 기자] 24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재난·재해 대응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참혹한 일이었다. 1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24명의 사상자를 냈다. 관계 기관들의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곳곳에서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서로 책임을 미루려는 듯한 공방들만 오고간다. 어디서도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에게 사정의 칼날이 향해야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무조정실 감찰 착수…경찰 전담수사본부 구성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관들은 모두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감찰에 착수했는데, 17일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고발·수사 의뢰·제도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한다"는 방침이다.
충북경찰청도 이번 참사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전방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89명의 수사관이 배치됐는데, 경찰은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보고 체계를 우선 조사하고 제방 관리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도 살핀다는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관계 공무원들의 부실 대응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중대재해법의 시민재해 조항 등을 적용해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엉망으로 쌓은 제방, 침수 원인 제공" 행복청은 "천재지변이었을 뿐"
한편, 참사가 발생한 원인은 지하차도와 400∼500m가량 떨어진 제방이 무너져 하천수가 차도를 덮쳐 발생했다. 여기에 인근 주민들은 문제의 제방이 부실하게 관리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무너진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한 임시제방.
이에 대해 정찬교(68) 궁평1리 전 이장은 "유실 사고가 나기 몇시간 전 미호강 제방은 3m 밑으로 강물이 차올라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임시로 쌓은 둑은 30㎝ 밑까지 물이 출렁였다"며 "사고나기 1시간 전쯤 문제가 된 임시 제방을 둘러봤는데 굴삭기 1대가 주변의 모래를 긁어모아 둑을 쌓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엉망으로 제방을 쌓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행복청측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작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공사했고, 임시제방은 미호강의 계획 홍수위에 맞춰 조성했다"며 임시제방 설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임시제방도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천막을 깔고, 흙을 올려 견실하게 만들었다"며 "이번에 홍수 수준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