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데일리=임수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뭘까.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을 말한다. SP데일리는 [법률알고갑시다] 코너의 첫번째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택배기사 사고 책임은"특고 '종사자'로 법보호 대상 직접적인 계약 안 맺었어도 사업주가 책임질 가능성 있어 택배회사, 기사에 구체적 지시 땐 처벌받을 수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소속 사업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 관련돼 일하는 용역, 하도급 등 ‘종사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 된다. 전통적인 형태의 근로자가 아니라 택배기사와 배달라이더도 사고 발생 시 택배회사와 플랫폼업체 사업주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중대재해법이 보호하는 종사자에는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에 관계 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포함된다.
고용노동부 해설서도 “택배기사도 종사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차적으로 택배대리점은 택배기사와 직접 위탁계약을 맺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리점주가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소규모 대리점은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장비 지급했는데 사고
"안전모 착용 거부한 근로자 사고도 업무배제 안 한 사업주 처벌 가능"
중대재해처벌법은 말 그대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겠다는 법이다. 기업 입장에선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처벌받게 될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가령 회사는 안전 조치를 했음에도 근로자가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안전모, 안전화, 방진마스크 등 보호구나 안전장구 착용을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 일제 현장점검 결과 약 33%의 건설현장에서 보호구 관련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이런 경우에도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받게 될까.
만약 지속적인 점검에도 불구하고 착용을 거부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의나 경고 조치는 물론 더 나아가 작업 배제나 징계를 내리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자의적으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 중대재해에는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대재해법이 도급이나 용역, 위탁의 경우 원청업체가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까지 부담하도록 정해놨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원청이 시설이나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고 있다면 협력업체가 직원에게 보호구를 적절히 지급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직접 보호구를 지급하고 보호구 이상 유무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계법령상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즉 근로자에게 적절한 보호구가 지급됐는지, 이상 없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개선할 법적 의무가 있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비록 근로자가 스스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아 재해가 발생했어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안전모를 지급받은 작업자가 노조 방침에 따르겠다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 머리를 다친 사건에서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물은 사례가 있다.
보호구 지급·관리는 사업주의 의무지만 보호구 착용은 근로자의 의무다.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5만원)가 부과된다. 경영책임자 등은 근로자에게 안전 장구가 최후의 안전장치이며 미착용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철저히 안내하고 교육해야 한다.
또 공용 보호구가 더럽다는 이유로 근로자가 쓰지 않는 일이 없도록 청결 상태도 상시 점검하는 것이 좋다. 현장 한편에 보호구를 구비해 놓은 것만으로 의무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택배회사는 어떨까.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배송 위탁계약을 체결할 뿐이므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에게 구체적인 관리나 지시를 하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법이 종사자를 보호 대상으로 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직접적인 계약 유무는 경영책임자의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아닐 수 있다.
최근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대리점 소속 기사들이 자신들도 택배회사 소속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도 변수다. 또 택배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 내 집화 근로자에게 발생한 안전사고는 책임지게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달라이더도 택배기사처럼 ‘종사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장소·장비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 적용되는데, 라이더들은 특별한 시설 구비 없이 자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배달하므로 법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라이더는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플랫폼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와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는 경우로 구분해야 한다. 배달플랫폼업체는 라이더 모집·계약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문 중개자 역할만 하는 게 일반적이라 실질적인 지배·관리 책임이 없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라이더와 계약을 체결한 배달대행업체는 적용될 수도 있어 전문가들은 "배달플랫폼보다 대행업체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최근 라이더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중대재해법 해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