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데일리=임수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뭘까.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을 말한다. SP데일리는 [법률알고갑시다] 코너의 첫번째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사무직 사고도 사업주 책임묻나
"사무직만 있는 사업장에도 적용…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일부 면제"
기업 종사자가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사무직만 있는 회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가’이다. 산업재해는 주로 생산·현장직 근로자에게 발생하기 때문에 화이트칼라 사업장은 큰 연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담당자가 많다.
위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사무직만 있는 회사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사무직 근로자도 넘어짐이나 감전, 인정이 쉽지 않지만 과로사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자살이 발생하는 경우 중대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 "직무의 종류에 따라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며 "근로자 전원 사무직인 사업장에도 적용된다"고 적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규모가 큰 사무직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공중 이용시설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 관리를 소홀히 해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사망자나 10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중대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에도 해당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사업주가 자살이나 우울증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내용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된다. 만약 이 관련 법령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이 담긴 근로기준법이 포함된다면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조치를 취하는 것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된다.
이를 위반한 경우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고용부 해설서는 이 관련 법령에 근로기준법이 포함됐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자살이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같은 질병이 중대재해로 인정되거나 사업주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법원에서 쟁점이 될 경우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같은 이유로 출퇴근 관련 재해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무직 근로자만 있는 사업장에 대해선 중대산업재해에 대비한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 중 일부 의무를 면제해 준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의 선임 의무가 그렇다. 하지만 실무상 사무직 근로자의 의미와 기준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원칙적으로 사무직 근로자란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인쇄물을 이용한 서류 작업을 하는 정신적 근로자를 말한다.
산안법 시행규칙은 ‘공장 또는 공사 현장과 동일한 구내에 있지 않는 사무실에서 서무, 인사, 경리, 판매(영업 판매직 제외), 설계 등의 사무 업무만 수행하는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장 안에 있는 사무실 근로자는 사무직이 아니다.
고용부도 최근 사무직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용부는 △영업지원 △법무 △재무 △전략기획 △인사총무 등 경영 지원을 하는 근로자는 사무직으로 보지만, 서비스 개발이나 UX(user experience) 디자인 등의 직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는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이며 사무직이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다. 또 여러 일을 겸직하고 있는 경우에도 구분이 모호할 수 있다.
인사담당자는 소속 근로자의 근무 내용을 검토해 사무직 비율을 확인해 보고, 불분명할 경우 관할 고용노동청에 유권해석을 구하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다면 사무직 사업장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대책을 수립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