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데일리=임수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 학교폭력 가해 사건(이하 학폭 사건)'으로 하루 만에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가 셀트리온홀딩스의 법무 담당 임원으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J타임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초 셀트리온홀딩스는 정 변호사를 법무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정 변호사는 지난 2월 24일 제2대 국수본부장(윤석열정부 첫 번째 국수본부장)에 임명됐지만 아들의 학폭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하루 만에 사퇴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런 정순신 변호사의 영입 배경에 대해 재계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의 계열사 합병, 주가 하락, 실적 부진 등의 이슈가 끊이지 않는 만큼 시장 정서를 감안할 때 '부정적 평가'가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셀트리온이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로 임명됐다가 '학폭'이라는 민감한 이슈로 낙마한 정 변호사를 영입한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

당시 아들의 학폭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곧바로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학폭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대통령은 학폭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폭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엄중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왜 학폭 리스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정 변호사를 품었을까.
정 변호사를 영입한 시점도 대통령이 국수본부장 임명 취소를 결정한 지 불과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서 정 변호사의 국수본부장 낙마에 영향을 준 아들 정모 씨의 학폭 사건은 정씨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7년, 동급생을 향해 수개월 간 언어 폭행을 가해 피해 학생이 극심한 불안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사건이다.
정 씨는 해당 사건으로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평가에 따라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고, 아버지인 정 변호사는 학폭위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펼치는 등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아들 감싸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었다.
이후 정씨의 학교 폭력 사건은 국회 청문회로 이어지며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당시 국회는 사건의 진상조사와 학교폭력 재발방지 및 대책 수립을 목적으로 청문회까지 진행했지만, 정 변호사는 공황장애를 사유로 불출석 했고 여야의 이견이 겹치며 청문회가 파행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증인으로 불출석한 정 변호사는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되기도 했다.
시민단체도 허위공문서작성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정 변호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채용절차법 위반 혐의로 윤희근 경찰청장을 각각 경찰에 고발했지만, 모두 불송치(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날은 공교롭게도 셀트리온홀딩스가 정 변호사를 법무 담당 임원으로 영입한 직후인 지난 7월 17일이다.
◆재계, 서정진 회장은 왜 정순신 변호사를 영입했나? 배경에 관심
KJ타임즈는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최대 수혜를 본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서정진 회장이 정 변호사를 영입한 배경에 '쌍안경'을 쓰고 보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객관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초반부터 직접 고위직 인사로 임명할 정도의 인물이라는 점은 '기업의 영입 대상 자격'으로도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각에서는 청문회와 인사검증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정 변호사와 현 정부 핵심 인사들 사이 인맥 관계에 시선을 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J타임즈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였고 2018년에는 윤 대통령, 한 장관, 정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기업이 정치권 인사 또는 권력 핵심 인물과 친분이 있는 인사를 영입하게 되면 주로 대관업무를 맡기는데, 물론 정 변호사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며 "이와 상관없이 서 회장의 개인적인 송사를 전담으로 맡기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놨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올초부터 셀트리온의 오너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서 회장의 혼외자 문제와 혼외자 모친 회사의 계열사 편입. 재산 분할, 그리고 셀트리온 삼형제(셀트리온, 헬스케어, 제약)의 합병 등 산재해 있는 이슈 중에서도 법률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고려해 정 변호사를 영입한 것이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홀딩스 측은 KJ타임즈의 취재에 대해 "정순신 변호사가 금년 7월 초부터 ㈜셀트리온홀딩스 법무담당 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며, "탁월한 법무 전문성과 경험을 높이 평가해 영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셀트리온홀딩스 법무 업무 전반을 폭넓게 관장하고 있다"고만 밝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은 국회로 다시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후보자의 아들이 지난 2012년 하나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송 프로그램이나 일부 언론에서 정순신 사태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