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데일리 = 신민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증권사․신탁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사용하는 총 1242개의 금융투자 약관을 심사해 이 중 291개 조항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매년 은행·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금융투자업자 등 금융기관에서 새롭게 제·개정되는 금융거래 약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 10월 은행 분야 및 11월 여신전문금융 분야의 불공정약관 시정을 요청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투자 분야에 대한 시정을 요청함으로써 '24년도 금융약관 심사를 완료했다.
금번에 시정 요청한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으로는 우선 고객에게 불리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이 있다. 지난 2023년 7월11일 개정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제66조의2는 금융기관에 비해 소송수행 능력이 열악한 금융소비자의 원활한 권리구제를 위해 금융상품의 비대면 계약과 관련된 소의 전속관할을 금융소비자의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내용을 약관에 반영하지 않으면 분쟁 상황에 놓인 고객의 혼란이 발생하거나 소송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송 등의 문제를 일으켜 결국 소송 지연 등으로 인해 고객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을 예방하고, 금융소비자의 권리구제 강화라는 금소법의 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해당 약관 조항의 시정이 필요하다.
이어 가압류를 서비스의 해지 사유로 규정한 약관이 문제됐다. 가압류는 채권자의 권리 확정 전에 책임재산 보전을 위해 조치하는 임시절차에 불과해, 확정된 권리에 기한 압류나 체납처분 또는 파산·회생결정과는 달리 고객의 채무불이행이 확실한 상태가 아님에도, 계약해지 또는 서비스 제한 사유로 정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약관의 중요 내용에 대한 통지 수단으로 앱 푸쉬나 앱 알림 또는 누리집 공지사항 게재 방법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사전에 고객과 약정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개별통지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외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제한·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및 사업자가 신탁재산을 자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한 조항 등 고객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들이 확인돼 시정을 요청했다.
이번 시정요청을 통해 불공정약관 다수가 시정*돼, 증권사 및 신탁사 등을 이용하는 금융거래 고객들의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피해가 예방되고 사업자의 책임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은행, 여신전문금융 및 금융투자 등 금융 분야에서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해소하고 불공정약관이 반복해 사용되지 않도록 약관심사를 철저히 해나가는 한편 금융당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공개
공정위는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발표했다. 우선 총수일가의 경영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분석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68개사(17.0%)이고 전체 이사(9,836명) 중 총수일가 638명(6.5%)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회사 비율*과 전체 이사 중 총수일가의 등재 비율 모두 2022년 이래로 상승 추세이다.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한편 총수일가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63개사(5.9%)로서 전년(5.2%) 대비 0.7%p 증가한 수치이다. 총수 본인은 평균 2.5개, 총수 2·3세는 평균 1.7개 미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또한 총수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중 절반 이상(54.1%, 119개 직위/220개 직위)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다.
다음으로 이사회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1.1%로 작년(51.5%) 대비 소폭 감소(△0.4%p)했으나 여전히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상장사는 관련 법상 최소 의무 기준을 초과(156명, 회사당 평균 0.45명 초과)해 사외이사를 선임했고 사외이사 선임의무가 없는 비상장사도 5.3%(136개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8%로 전년 대비 상승(1.2%p)했고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4%로 전년(99.3%)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편,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53건, 0.6%) 중, 9건의 경우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으로 확인된다.
또한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등 대기업집단 내 의사결정의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상법 등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기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설치됐다.
다음으로 소수주주권 작동현황을 살펴보면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해 도입된 주주총회에서의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또는 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8.4%로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자투표제의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86.3%에 달하고 있다. 다만 집중투표제를 통한 의결권 행사 사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1건에 그쳤다.
또한 상장사의 소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주주제안권, 주주명부 열람청구권,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등 소수주주권 행사 제도의 경우, 총 32건이 행사됐다.
한편,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지분 비율(72.2%)과 안건에 반대한 지분 비율(5.7%)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분(77.2%) 및 반대 비율(10.8%)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다만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사례(163개사 220개 직위)가 증가하고 있고 총수일가인 미등기임원의 과반수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서 대기업집단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 이를 통해 사익편취를 추구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감시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더해 상법 등에 규정된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등 소수주주에게 인정된 특별한 권리들이 실제 행사되고 있어서 지배주주 외 소수주주가 주주총회 등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단과 권리들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