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데일리=신민규 기자] 중대본은 7월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시설피해가 8500건이 넘는다고 집계했다. 인명 피해는 물론, 전남지역을 비롯한 각지에선 농작물 침수와 낙과, 그리고 농경지 유실 및 매몰 등 경제적 피해도 상당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3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 복구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후위기 속에 재난 복구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침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재난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태풍·홍수·호우와 같은 것을 자연재난, 그리고 화재·붕괴·폭발 등을 사회재난으로 정의하고 있다.
'재난관리'는 이러한 재난을 예방·대비·대응·복구 4가지로 나눠서 이와 관련된 모든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으로 재난 유형별로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정해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은 보건복지부 질병 관리청이 재난주관관리기관이고, 집중호우와 같은 풍수해는 행정안전부다"며 "주관기관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번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염두한 지적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경우에는 인재, 즉 사람이 노력해서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지하차도 주변의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라든지, 홍수경보 후 현장감리단장이 사전에 교통통제를 요청하고, 시민들도 112, 119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구청, 시청 등 관련 부처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개인이나 소수의 잘못으로 인한 인재라기보다는 변화된 자연재해의 양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차원에서의 인재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우리 주변을 둘러싼 재난의 유형과 위험의 수준이 변하고 있는데, 이를 재난관리에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대응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세월호 참사, 메르스, 코로나, 이태원 참사, 신림동 반지하 참사 등을 겪으면서 다양한 유형의 재난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과연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부는 재난관리를 위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과정 중 어느 단계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는 것.
국민들이 정부의 능력을 평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아직까지 정부나 행정시스템이 이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정부는 계속 그 어느 시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비극의, 참사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못한 것이냐, 안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임시제방 부실공사라든지, 교통통제 미조치 등이 지적되니, 당연히 인재라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입을 모아 "감식 결과에 따라, 시공업체와 발주사를 포함해, 충북도청과 청주시청, 행복청 등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법적인 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부의 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2023년 행정안전부 예산이 약 80조 5000억원이다. 2022년보다 13.9%나 증가했다. 이 중 24.2%가 재난 안전 예산이다.
지난해 말 행안부 보도자료를 보면, ‘선진화된 재난 안전 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재해위험 지역 정비에 약 8000억원, 우수저류시설설치에 약 880억원, 재난대책비에 2000억원 그리고 침수 우려 취약도로 자동대응 시스템 구축에 68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법적인 책임에 앞서서 계획대로 선진화된 재난관리체계가 구축됐는지 그리고 이걸 잘 운영했는지부터 점검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행정안전부뿐만 아니라 이런 자연재해 같은 경우 국토부나 환경부 등이 함께 나서야 되는데 아직까지 이런 공동대응에 대해서는 미흡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예전에는 환경부가 수질 관리, 국토부가 치수를 담당했는데, 지난 정부에서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환경부에 수자원 관리기능이 이관됐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시 물난리가 나면서 수자원 관리를 못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을 받은 것.
2023년 환경부 예산계획을 살펴보면 환경부는 2023년 기본 방향을 첫째 국민안전, 둘째가 환경기본권, 셋째가 지속 가능 미래 국민안전으로 정했다. 여기서 국민안전은 재난이나, 질병이나,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안전 확보를 의미하는데,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된 세부 내용으로는 도심 침수 및 홍수 예방이 있다.
전체 예산 13조 4735억원 중 6135억원을 여기에 배정했는데, 대심도/방수로 시설에 85억원, 도시침수대응에 1541억원, 국가하천 정비에 4510억원을 각각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제방 문제가 발생한 미호강의 경우에는 2019년 7월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곳이다. 국가하천은 환경부의 관리 책임하에 있는 하천이다. 국가하천 정비를 통한 홍수 예방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 만큼 풍수해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이 행안부이지만, 환경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자체는 언제나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혹 집중호우를 적절하게 대응해 낸 일부 지자체 소식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군산의 경우 500mm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지고, 14일에는 1968년 이후 일일강수량으로는 최고치인 364mm의 비가 내렸지만 인명 피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는 10년 넘게 추진 중인 도심 침수 예방사업과 매년 되풀이되는 상습 침수를 막기 위한 우수관 정비, 그리고 전 공무원에 대한 비상 근무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집중호우가 시작되자 산사태 위험지역과 급경사지, 하천, 유수지 등 취약지에 대한 예찰 활동에 나서고 긴급 사전대피를 권고하는 등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고, 적절히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의 경우에도, 작년 태풍 힌남노 이후 발견된 자연재난 사전 대비·대응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사전 예찰 활동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나흘 동안 최대 거의 1000㎜의 유례없는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다행히 단 한 건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
지방하천의 경우, 지자체가 하천 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 그 필요성을 더 절감하는 만큼, 국가하천에서 사고가 터진 다음에 지방하천은 더 심각하다는 식의 문제 제기보다는,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의 특성을 잘 살려서 지방하천이 잘 관리되도록 어떠한 정책을 준비 또는 실행하고 있다는 접근이 더 적절하다.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예방 단계의 활동들은 예산 지출을 하더라도 그 성과를 측정하거나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다. 즉,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더니 재난 발생이 어느 정도 줄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만약 대규모 지출을 했는데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과도한 예산집행이라고 비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같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이상기후가 새로운 날씨 패턴으로 우리나라의 기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이상기후 기준으로 하는 재난관리체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현재 시간당 85mm의 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작년에 140mm가 내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물에 잠겼고, 많은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간당 140mm가 넘게 오는 이상기후에 맞춰 재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기본적이다"고 꼬집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서울시는 물에 잠길 수 있고, 전남에서는 2022년 281.3일에 걸쳐 비가 오지 않아 12월까지 극심한 가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뭄이 280일 넘게 나타날 수도 있다. 기준을 높여서 농업용수를 관리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기상청을 중심으로 2010년부터 매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지역에 어느정도 이상기후가 출현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10여 년 쌓인 노하우가 재난관리 부문에 우선적으로 반영이 되어야 한다.
기상특보에 따른 안전점검이나 기상모니터링 비상 근무 등 단기적인 대책은 우리 각 지자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중장기로 재난 복구 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 예산 편성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예산의 70%를 재난 복구에 사용하는데 반면에 일본은 86% 정도를 예방에 사용한다고 전해진다. 재난에 복구보다는 예방을 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오는 경제적 편익이 3~4배정도 높다. 이에 따라 재난의 복구보다는 재난 예방에 초점을 두는 노력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재난의 발생은 지역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직접적인 인명 피해나 재산의 손실뿐 아니라 생산 및 공급 차질을 유발하기도 하고, 소비를 줄여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
하지만 이번 재난을 계기로 조금씩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의 발생을 넘어, 새로운 기후패턴이 우리나라에 형성되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재난방지뿐만 아니라,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농축산업과 수산업 등 1차 산업 등을 중심으로 지원 정책 등이 이상기후 등을 반영하고 있는지 확대 점검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라는 글로벌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